
수어를 가르치거나 배우는 과정에서 **“지문자(指文字, fingerspelling)는 수어다. 라고 생각하며 가르치고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문자는 한국어의 한글 자모를 손가락으로 형상화하여 표현하는 방식이며, 이는 엄밀히 따지자면 수어는 아닙니다.
수어 학습자들 사이에서는 지문자를 먼저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랫동안 수어를 통역하고, 교육하며 연구해온 제 경험으로 볼 때, 지문자를 먼저 배우면 오히려 수어 학습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문자는 수어가 아닐까요?
그리고 지문자의 역할은 무엇이며, 수어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또한, 지문자는 언제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요?
이제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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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문자는 수어가 아니다
수어는 독립된 언어입니다. 단순히 한국어를 손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고유한 문법과 어순, 표현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농사회 속에서 농인들의 자연스러운 의사소통 과정에서 형성되었습니다.
반면, 지문자는 1947년 국립농학교의 윤백원 선생님이 학생들의 국어 실력 향상을 위해 한글 자모를 손으로 나타내는 방법을 고안하면서 생성되었습니다. 따라서 지문자는 농사회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언어가 아니라, 한국어의 보조적 표기 체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지문자는 수어가 아니라, 한국어의 철자를 손으로 나타내는 보조적인 기호 체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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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문자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지문자는 독립적인 언어로 기능하지는 않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 보조적인 역할을 합니다.
1) 고유명사 표현
사람의 이름, 지명, 브랜드명 등을 나타낼 때 사용됩니다.
• 사람의 이름: “김민수”, “박영희”
• 지명: “서울”, “부산”(지명수어를 모를 경우)
• 브랜드명: “삼성”, “애플”
2) 외래어 및 새로운 단어 표현
• 외국어 단어나 최신 기술 용어(예: “AI”, “NFT”)를 표현할 때 사용됩니다.
• 다만, 이러한 단어들이 점차 농사회에서 새로운 수어(예:“코로나19”)로 정착되기도 합니다.
3) 특정 단어 강조
• 특정한 단어의 철자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할 때 사용됩니다.
• 예를 들어, 여러 단어가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경우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지문자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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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문자가 수어 학습에 미치는 영향
수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지문자는 초반부터 배우기보다는, 기본적인 수어 단어와 문법을 익힌 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시각적 언어로서의 수어 학습을 방해할 수 있다
• 수어는 손동작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 공간 활용, 손의 위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입니다.
• 하지만 지문자를 먼저 배우면 철자에 갇혀서 다른 시각적 요소를 간과하게 됩니다.
• 이는 수어를 자연스럽게 배우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경험 +1)
기초 한국수어를 아는 외국 농인과 친구가 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아직 한글을 잘 몰랐고, 우리는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알고 있는 수어를 최대한 활용해야 했습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저에게 **“물고기와 생선의 차이가 뭐야?”**라고 물었습니다. 만약 한글과 지문자를 알고 있었다면, 그냥 적어 보여주면 간단했을 텐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물고기와 생선의 차이를 오직 수어로 설명해야 했고, 그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표현하려 노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수어가 얼마나 시각적인 언어인지 깊이 깨닫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수어 실력도 향상되었습니다. 지문자 없이도 개념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진정한 수어 실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경험한 순간이었습니다.
2) 수어 사용자(농인)와의 자연스러운 소통이 어려워질 수 있다
• 농인들은 일상적인 의사소통을 할 때, 필요한 경우 지문자를 제한적으로 사용합니다.
• 따라서 지문자에 의존하는 학습자는 자연스럽게 수어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3) 지문자는 빠르고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에 적합하지 않다
• 지문자는 철자를 하나하나 표현해야 하므로, 대화 속도가 느려지고 번거로워집니다.
• 반면, 수어는 손동작 하나로 문장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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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문자는 언제 배우는 것이 좋을까요?
그렇다면 지문자는 언제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요?
✅ 기본적인 수어 단어와 문법을 익힌 후에 배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지문자는 한국어를 보조적으로 표현하는 도구이므로, 수어를 익히는 과정에서 처음부터 배우기보다는 수어 문법과 표현에 익숙해진 뒤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다음과 같은 단계로 학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수어의 기본 단어와 문법 익히기
• 일상적인 대화에서 사용되는 필수적인 수어 단어 및 표현을 먼저 익힌다.
2. 실제 수어 사용자(농인)와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학습
• 농인과의 대화 속에서 지문자가 사용되는 경우를 관찰하고 익힌다.
3. 필요할 때 지문자 활용하기
• 고유명사나 외래어 표현이 필요한 경우에만 보조적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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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론
지문자는 한국어의 철자를 손으로 표현하는 방식일 뿐, 독립적인 언어로서의 수어와는 다릅니다. 따라서 지문자는 수어 학습의 보조적 도구로 사용되며, 초반 학습 단계에서 먼저 배우는 것은 추천되지 않습니다.
✅ 수어를 배우려면 지문자가 아니라, 수어 단어와 문법부터 익혀야 합니다.
✅ 지문자는 고유명사나 특정한 경우에만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수어는 문자 언어가 아니라 시각적 언어입니다. 자연스러운 수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지문자에 의존하지 않고, 수어의 구조와 표현 방식을 먼저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 지문자는 필요할 때만! 수어는 언어 자체로 익히기!
지문자 자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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