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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과 음성언어통역, 무엇이 다를까요?
우리는 ‘통역’이라고 하면 흔히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꾸어 주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통역에는 ‘수어통역’도 있다는 사실!
수어통역은 농인과 청인이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통역 방식으로, 단순히 음성을 수어로 바꾸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고 섬세한 작업입니다.
그렇다면 수어통역과 음성언어통역은 무엇이 다를까요? 그 차이는 언어 자체의 양식에서부터, 통역 전략, 윤리적 역할, 교육 체계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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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어 양식의 차이: 시각 vs. 청각
음성언어는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는 청각-음성 중심의 언어입니다. 반면, 수어는 손의 움직임, 얼굴 표정, 시선 방향 등을 활용하는 시각-공간 언어입니다. 말과 글처럼 선형적으로 흘러가는 음성언어와는 달리, 수어는 공간을 활용해 동시에 여러 정보를 표현할 수 있는 **‘동시성’**이라는 특징을 가집니다.
이 차이로 인해 통역 방식도 다르게 구성됩니다. 음성언어 통역사는 순차적으로 정보를 듣고 해석하지만, 수어통역사는 한 화면 안에서 시각적으로 정보를 구조화하여 전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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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통역 전략과 방향성
음성언어 통역에서는 보통 외국어(제2언어)로 된 말을 자신의 모국어(제1언어)로 통역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수어통역사는 구어(한국어)를 수어로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수어의 시각적 구조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과정이 전문성과 훈련을 더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즉, 수어통역은 **L1(음성언어) → L2(수어)**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이는 수어통역사에게 보다 높은 해석 능력과 상황 이해가 요구됩니다.
수어통역사는 일반적으로 L1(구어)에서 L2(수어)로의 통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음성언어통역사는 L2(제2언어)에서 L1(제1언어)으로의 통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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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윤리적 역할과 기대
수어통역사는 단순히 언어를 전달하는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경우 농문화와 청인 사회 사이의 ‘문화적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며, 농인의 정보 접근권과 표현권을 보장하는 사회복지적 역할까지 수행합니다.
이런 다층적인 역할 때문에 수어통역사는 종종 중립성과 개입 사이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통역을 하면서도, 농인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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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교육 체계의 차이
음성언어 통역사는 대부분 통역학과나 통번역 대학원 등에서 체계적인 언어 교육을 받습니다. 반면 수어통역사는 현장에서 실습 위주의 훈련을 받고, 실제 농인과의 소통 경험을 통해 통역 기술을 키워나갑니다.
수어통역사는 손기술뿐 아니라 표정, 속도, 시선처리 등 다중적 요소를 통제해야 하기 때문에, 훈련 기간이 길고 지속적인 자기 성찰과 피드백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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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수어통역은 단순히 ‘말을 손으로 바꾸는 통역’이 아닙니다. 이는 하나의 완전한 언어를 또 다른 양식의 언어로 옮기는 정교한 작업이며, 시각언어의 문법과 문화를 깊이 이해해야만 가능한 전문 영역입니다.
농인들의 정보 접근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수어통역의 전문성과 필요성이 더 많이 알려져야 합니다. 수어통역사의 역할과 가치가 사회 전반에 제대로 이해되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해의 첫걸음’을 떼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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